Q. 안녕하세요 채영님. 오랜만에 피플멤버쉽 인터뷰를 통해 인사 드립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석사 졸업 리싸이틀을 준비하실 때 차니의 예술공방 스튜디오를 방문해주셨는데요. 그 이후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채영님 근황을 접하고 있어요. 채영님께 “차니의 예술공방”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그리고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이야기 해주세요.
[피아니스트 백채영] 안녕하세요. 이렇게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하게 되어 너무나도 영광입니다! 제 기억 속의 차니의 예술공방은 포근한 로비와 쾌적한 시설이 좋았던 공간으로 기억됩니다. 좋은 연습 환경을 위해 대표님이 시설 유지를 신경 쓰셨던 것도 공간의 매력 중 하나었고요. 그래서 차니의 예술공방에서 연습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땐 늘 아쉬운 마음이었던 것이 기억나요.
요즘 저는 제 고향인 춘천에서 지역 예술인으로서의 도약을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다시금 학업을 이어나가보고자 고민하던 중, 그 동안 배워온 음악이 아닌 다른 장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발레 음악에 푹 빠지기도 했죠. 이후, 좀 더 넓은 예술 가치관을 펼치고자 강원대학교 공연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입학을 했습니다. 지금은 수료를 한 상태이고, 피아니스트로 여러가지 다양한 무대를 경험함과 동시에 1년 반 동안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무용과 학생들과 수업을 했고요. 또 교육활동과 더불어 강원대 재학생들의 피아노 반주도 하면서 하루하루 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Q. 역시, 채영님의 예술 활동은 해마다 ‘성장 진행형’인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12월 15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피아니스트 백채영의 두번째 프로젝트'가 개최된다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춘천지역의 예술인으로 남다른 예술활동을 이어나가고 계신데요. 벌써 전좌석이 매진이라고 들었어요!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피아니스트 백채영] 사실 이번 두 번째 프로젝트는 정말 큰 마음을 먹고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겨울하면 생각나는 러시안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를 주제로 하여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박희라 선생님의 반주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할 예정이고요, 2부에서는 연말 공연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호두까기 인형>을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할 예정입니다. 특별히, 꽃의 왈츠에서는 발레와 호흡을 같이하여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차이코프스키는 대중들에도 익숙한 작곡가이기도 하고, 기존의 클래식 연주회와는 조금 다른 형태이기에 많은 관객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티켓예매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이 와닿았는데요. 처음 계획했던 좌석들이 금새 매진 되어, 추가 오픈을 통해 전석 매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연말의 분위기와 어우러진 남다른 기획력이 대중들에게도 확실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은데요. 채영님과 같은 젊은 예술가들 덕분에 이전보다 음악 전공자들의 진로에 대한 시야가 확실히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백채영] 우선, 제가 경희대에서 공부했던 시기와는 다르게 시대가 많이 발전이 되었고, 변화되는 세상에서 시야를 넓게 가지려 하다보니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대학교 3학년부터 다양한 관심사들에 눈이 많이 갔지만 선뜻 도전을 해볼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요. 그때는 피아니스트로 커리어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결국, 끝없는 경쟁 속에서 지치게 되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해야지만 제가 조금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인이 되어 취미로 즐기던 발레가 정말 좋았는데, 결국 제 전공인 음악과 접목시키는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피아노와 발레의 만남.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게 되니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러한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공연예술학에 도전 하게 되었는데 무대 자체를 좋아하고 관심 있는 저에게는 이 학과가 너무나도 잘 맞았어요. 한번은 음향 콘솔 스탭을 하고 있었는데, 음향 감독님께서 스카웃 제안을 하셨던 적도 있었답니다.
Q. 아티스트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자로도 후학을 양성하고 계신데요. 채영님이 피아노 교육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점, 그리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때일까요?
[피아니스트 백채영]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부족한 학생도 있는 법이잖아요. 교육자로서의 저의 신념은 부족한 학생들도 잘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선생이 되는 것 입니다. 제 삶을 되돌아보니 저를 이끌어 주실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좀 더 일찍 만났으면 갈망하고자 했던 궁금증과 답답함이 더 빨리 해소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요.
이런 고민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음악 하는 친구들이 현재도 하고 있는 고민이고,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와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음악적 고민을 같이 나누고, 방법을 제시해 주며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그 반짝거리는 눈동자들을 보며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춘천 지역 젊은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보람도 느끼지만 어려운 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젊은 예술가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춘천 예술문화의 현 주소는 어떤가요? 또한 앞으로 채영님이 만들어 가고 싶은 예술무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주세요.
[피아니스트 백채영] 어느 지역이던 다 마찬가지겠지만 지역의 예술가로 활동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정말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였기에 현재가 가능하단 생각이 듭니다.
춘천은 문화의 도시라고 해요. 작년 12월 1일 저의 첫 연출작인 “Salon de Piano” 하우스 콘서트를 진행을 했었는데요. 그때를 시작으로 춘천 시민들께 다양하고 색다른 공연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콘셉트들로 관객들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서 오르간 반주를 하고 있는데요. 피아노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반악기를 다루는 그런 무대도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어요.
Q. 지난 인터뷰에서는 요일별, 시간별로 작품을 분배해서 연습하는 것과 차근차근 천천히 연습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이제는 학생의 위치라기보단 다방면에서 폭넓은 예술활동을 펼쳐나가시기에 연습의 형태도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채영님의 요즘 연습의 형태는 어떻게 채워지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주신다면.
[피아니스트 백채영] 여전히 요일별 곡을 정해서 연습하는 습관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대신, 스케줄 없는 날에는 일종의 보험에 들어놓듯 평소보다 많은시간, 약 8시간정도를 연습 하는데요. 그렇게 쌓이고 투자했던 연습량들이 여러가지 스케줄을 소화하는 저에게 엄청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 추석 연휴기간이었던 5일 동안 8시간씩 투자를 하고, 스케줄이 바쁠 때는 겨우 한두 시간 연습을 못했지만, 첫 리허설을 진행했을때 다행스럽게도 손이 그 동안의 연습을 통해 다 기억을 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많은 일정들로 연습량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만 불가능할 때는 하루에 한 악장씩 정해서 단락별로 집중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연습을 시작할 때 도입부부터가 아닌 내가 제일 자신 없는 단락부터 시작을 해 나가고 맨 마지막에 도입부를 연습을 해요. 연습 시작부터 도입부를 시작하면 뒷부분 연습할 시간이 항상 모자라서 연습을 해도 찝찝한 느낌이 들기에 저는 이 방법으로 연습을 한답니다. 아! 물론 이렇게 연습을 하려면 곡의 구조 파악을 제대로 알고 해야 런쓰루 했을 때 곡의 구성이 탄탄하겠죠?!
Q. 채영님께서도 춘천에 "살롱 드 피아노"라는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중이신데요, 개인의 예술공간을 가진다는 것이 예술가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채영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차니의 예술공방은 어떤 모습인가요?
[피아니스트 백채영] 집에서 연습하는 것보다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는 것이 훨씬 능률이 올라가는 점이 있기에 연습실을 찾게 되잖아요. 또, 피아노라는 악기가 공간도 워낙 많이 차지하다보니 개인의 예술공간을 갖는 것이 꿈이었어요. 살롱 드 피아노는 5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쉬기도 하고 레슨도 하고 다양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자, 예술적 영감에도 집중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벌써 이 공간에서 많은 연주를 준비 했고, 또 저의 자작곡도 여러 곡이 탄생했답니다. 앞으로의 "살롱 드 피아노"는 공간의 확장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 동안은 레슨생들이 모여 마스터 클래스나 작은 연주회를 하고자 해도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시도하지 못했는데, 2년 뒤에는 간간이 하우스 콘서트도 열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음악, 또는 12월에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피아니스트 백채영] 제가 추천하고 싶은 음악은 러시아의 작곡가 글라주노프의 발레음악 <사계> 작품 번호 67의 첫 번째 곡 겨울 (A.Glazunov The Season Op.67 I.Winter)입니다. '사계'를 대표하는 곡하면 비발디, 차이코프스키, 피아졸라를 대부분 떠올리는기 쉬운데요.
저는 여러분들이 조금 생소할 수 있는 글라주노프의 사계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사계절을 의인화한 4막의 발레로 겨울부터 시작해 봄, 여름, 가을 순서로 총 4악장으로 음악이 구성되어 있는데요. 러시아 황실 발레단을 위해 작곡되었는데, 초연은 1900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발레 음악은 무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알기 쉽고 듣기 좋게 관현악의 다채롭고 풍성한 사운드로 편곡되어 연주되는데요. 사계절과 대기의 현상, 동물과 식물.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무용수의 특징적인 음악적 요소로 의인화되어 표현됩니다. 1악장 “겨울”은 3분 정도의 짧은 서곡에 이어 각각 개별적인 춤곡들로 ‘서리’와 ‘얼음’,‘우박’과 ‘눈’으로 황폐한 러시아의 겨울을 묘사하고 있는데요.
‘서리’는 격렬한 폴로네이즈 양식을 띠고 있으며 이어서 비올라와 클라리넷이 ‘얼음’을 짤막한 춤으로 나타납니다. ‘우박’은 스케르초로 묘사되고 있고, ‘눈’은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의 ‘꽃의 왈츠'처럼 우아한 왈츠로 나타납니다. 클라리넷으로 묘사되는 두 난쟁이가 불을 밝히자 따스한 봄기운이 추운 겨울을 쫓아내게 되고 하프 소리와 함께 산들바람과 새, 꽃들과 함께 봄이 다가오는 모습을 목관과 바이올린, 첼로 등이 어우러지며 호른과 현악기의 어우러짐으로 끝나는 곡입니다. 음악과 함께 멋진 겨울 보내세요.